다키스트 던전 AU
가주 카메론, 용병 란슬롯이 보고 싶었음.
분위기를 잡자면 19세기 영어권-불어권. 그런데 이제 다소 러브크래프티안/코즈믹 호러를 가미한.
카메론은 얼마 전 가문에 선조 대대로 유착된 괴이인지 아니면 고질적인 유전병인지 무엇인지 모를 원인불상의 신열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음. 소년의 나이에 가주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몰락한 사브레블랑 영지에 내려오는 것은 원본 카메론의 가문이 다소 그러했듯이 드루이드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의 음모론과 유사한 성격을 띠는 기이였을 듯함. 인신공양, 윤회사상... 그런 것이 눅눅한 짠바람이 부는 어두운 해안 도시 지하 최심부의 뒤틀린 살점에 들러붙어서.
란슬롯은 말년의 세팅. 속죄의 길로 원전의 수도승이 되는 길 대신, 수도원이 부속해 있는 사브레블랑 영지의 구원을 향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목숨 걸고 일조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날조.
그는 피 묻은 돈푼을 바라지 않았다. 차라리 죽길 바랄 뿐이었다.
카메론은 용병 마차에서 란슬롯을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수모에 늙고 닳은 데다 더는 살기조차 원치 않는 원숙한 미형의 기사. 그의 동공 저편에서, 전부 포기한 자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이라기엔 아직 성스럽고 푸르게 잔존하는 서 푼 결기를 읽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젊다 못해 어린 영주는 받아 줄 리 만무한 옛 호수의 기사에게 청혼까지도 감행할 것이었다.
계속된 카메론의 이 같은 구애에 급기야 오열하면서 저 따위에게 낭비하기엔 당신의 순정은 한여름날처럼 지나치게 격하고 뜨겁고 찬란하다고, 저는 더 못 받아내겠으니 이젠 제발 격에 맞는 젊은 여인을 만나 행복해지시라고 진심으로 구슬프고 두려워 싹싹 비는 란슬롯.
전 제 삶을 이만 끝내려 왔다고 당초부터 죄가 지나쳐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런 절 용서하시라고........
카메론 어린 마음에 너무 기가 차고 화나서 늘상처럼 무식한 폭행으로 이런 한없이 무거운 말마저 억지로 집어넣고 외면하려 함.
내 사랑이 치기 어린 한 철 장난 같습니까? 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이 자의 마음이 결코 그 따위 장난이 아님을 알기에 두렵기까지 했던 란슬롯이었다.
그치만 그 난리난리를 해 놓고도 결국 어느 여름날의 원정길에 란슬롯을 먼저 떠나보내면 이 기사를 왕비의 곁에 안장해 달라는 서신과 함께 운구차에 시신 실어 보낼 수 있는 카메론.
괴물에게 엉망으로 찢겨 죽고 날씨 타서 벌레 슬고 부패하기까지 한 끔찍한 낯에도 깊게 입 맞추고 보내 주기.
반대로 카메론이 먼저 운명한다면...
란슬롯은,,, 따라 목숨을 끊을 것 같음.
자살충동이 이미 극심한데도 어떻게든 그의 곁에서 조금 더 살아 속죄라도 하려던 게 완전히 붕괴하는 순간이라서.........
가문의 저주인지
그 어린 나이에 시름시름 앓다가 헛것을 보고
술잔과 물잔을 삼백 잔도 더 찾으며 끝 모르고 목말라하다가도 사혈용 날붙이로 피 마른 정맥을 하염없이 그어 대기도 하고
며칠 내리 굶어 파리해진 손마디로 이불보 그러쥐고
“란슬롯”을 유언처럼 갈라진 혀뿌리에 얹어 보는 카메론.
AU 본판이 된 장르 특성상 캐릭터들이 각기각색으로 여러 시대상을 넘나드므로 전반적 분위기는 19세기로 설정하되 란슬롯이 가진 기사의 개념은 쭉 갖고 가고 싶었음. 뻘.
주종이라는 점도 그대로이고, 뭐... 어둡지만 여러 가지로 썩 재미있는 상상인 듯
우리 가문에 몰락이 찾아왔다.
닼던 에유라면 죽기 싫다고 체읍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다 싶네.........